제1편: 국화(國花)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 세계 각국의 국화 – 그 속에 담긴 문화와 역사
– 제1편: 국화(國花)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국화.
국기를 세우듯, 국장을 새기듯,
한 나라를 대표할 ‘꽃’을 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체성과 철학을 선언하는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이 ‘국화’는
과연 언제부터 생겨난 개념일까요?
① 국화의 기원 – 고대 문명 속 상징 식물들
오늘날의 ‘국화(國花)’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가 등장하면서 생긴 제도적 상징이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각 문명에서는 특정 식물을 자신들의 정신과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삼아왔습니다.
국가의 공식 문서는 아니었지만,
왕권과 종교, 생명, 신성함을 담은 식물들은
오늘날 국화 제도와 연결되는 상징적 전통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고대 이집트 – 파피루스 (Cyperus papyrus)
- 나일강 유역의 대표적인 수생식물입니다.
- 줄기의 속껍질을 얇게 저며 만든 ‘파피루스 종이’는 세계 최초의 기록 매체로 사용되었습니다.
- 신전 벽화나 파라오의 무덤 장식에서 진리, 생명, 영원성을 상징하는 식물로 자주 등장합니다.
- 영어 단어 ‘paper(종이)’도 바로 이 papyrus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고대 이집트에는 국화 제도가 없었지만,
파피루스는 그 문명을 대표하는 식물이자, 사실상의 ‘비공식 국화’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고대 중국 – 모란 (Paeonia suffruticosa) & 매화 (Prunus mume)
- 모란(牡丹)은 ‘꽃의 왕’이라 불리며, 부귀와 영화, 권위를 상징했습니다.
특히 당나라 시대부터 궁중과 귀족 문화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이었으며,
시, 그림, 자수, 도자기 문양 등 다양한 문화 예술에서 등장했습니다. - 매화(梅花)는 절개, 고결함, 군자의 품성을 상징했습니다.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특성이 유교적 가치와 잘 어울려
오랫동안 정신적 상징으로 존중받았습니다.
중국에는 공식적인 국화 제도는 없었지만,
모란과 매화는 문화와 철학, 정치와 정신을 대변하는 대표적 상징 식물이었습니다.
🏛 고대 그리스·로마 – 월계수 (Laurus nobilis) & 백합 (Lilium)
- 월계수(laurel)는 태양신 아폴론의 상징으로,
승리, 명예, 시(詩)의 영감을 의미했습니다.
시인과 장군, 황제들에게 월계관을 씌우는 전통은 신성한 의식이자 사회적 존경의 표시였습니다. - 백합(lily)은 순결함과 여신, 어머니의 신성을 상징하며,
특히 로마 제국에서는 결혼식이나 종교의식에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이처럼 고대 유럽에서도 꽃과 식물은 신화, 정체성, 사회적 가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 고대 인도 – 연꽃 (Nelumbo nucifera)
- 연꽃은 힌두교와 불교에서 모두 신성하게 여겨졌습니다.
비슈누, 락슈미, 브라흐마, 붓다 등 주요 신들은 연꽃 위에 앉아 있거나 연꽃에서 태어난 것으로 묘사됩니다. - 진흙 속에서도 깨끗하게 피는 성질 때문에,
정화, 영적 해탈, 탄생과 재생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근대 인도는 이 연꽃을 공식 국화로 채택했으며,
그 상징성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정리: 국화 제도 이전에도 ‘국화를 대신할 상징 식물’이 존재했습니다
문명 | 상징 식물 | 상징 의미 |
이집트 | 파피루스 | 기록, 생명, 영속성 |
중국 | 모란·매화 | 권위, 부귀, 고결, 절개 |
그리스·로마 | 월계수·백합 | 승리, 순결, 신성 |
인도 | 연꽃 | 탄생, 해탈, 정화, 신성 |
이러한 식물들은 공식적인 국화는 아니었지만,
오늘날 국화 제도에 앞서 각 문명의 정신과 상징을 담아낸 식물들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② 세계 최초의 국화: 일본의 '국화(菊花)'
공식적으로 가장 이른 시기에 국화를 도입한 나라는 일본입니다.
- 13세기 가마쿠라 시대, 국화(Chrysanthemum)를 천황의 문장으로 사용
- 메이지 유신(1868) 이후 천황제 중심의 국가 상징으로 확립
- 일본 여권에는 지금도 황금 국화 문장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벚꽃(사쿠라)은 일본인의 마음에 새겨진 꽃이지만,
국화 제도의 기원은 국화(菊花)에 있습니다.
일본은 사실상 ‘국화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③ 국화는 어떻게 선정되는가?
국화를 정하는 과정은 단순히 ‘예쁜 꽃을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 나라가 어떤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자 하는가에 따라 기준이 정해집니다.
항목 | 내용 |
문화적 연관성 | 민속, 문학, 설화에서 반복 등장하는 꽃인지 |
자생 또는 친화력 | 자국의 기후와 생태에 적합한 식물인가 |
국민 정서 반영 | 사랑받고 익숙한가, 계절감과 일치하는가 |
상징 메시지 | 독립, 인내, 생명력, 희생 등 국가적 가치와 연결되는가 |
정치적 배경 | 헌법 제정, 독립 선언, UN 가입 등의 계기에서 채택됨 |
④ 국화는 국가의 철학이다
국화는 단순한 ‘꽃’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한 나라가 지켜온 역사, 견뎌낸 시련,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국화는 ‘국가의 얼굴’이자,
그 나라의 무언의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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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 대한민국의 국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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