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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10

아버지와 시래깃국 / 시래기 삶는 법과 시래기의 효능

말린 시래기를 삶았다며 이웃이 삶은 시래기를 가지고 오셨다. 우리 가족은 시래깃국을 좋아한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시래기를 구입하여 삶아서 한 끼 먹을 분량으로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곤 한다. 그런데 잘 삶은 시래기를 보니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난다. 국민학교 2~3학년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외할아버지 기일을 맞아 시골에 내려가셨다. 고향까지 가는 길이 반나절도 넘게 걸리는 고행길이었지만 어머니는 여자였음에도 외할아버지 기일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빠지지 않으셨다. 어머니가 시골에 가셨으니 밥은 아버지 담당이셨다. 아버지를 유난히 따랐던 나는 아버지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그날도 아침 준비를 하시려고 일찍 일어난 아버지를 따라 부엌으로 나섰다. "추운데, 어서 들어가서 ..

삶의 단상 2023.02.11

한국의 집 전통혼례 / 전통혼례식 절차와 순서

한국의 집에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전통 혼례 절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넓은 마당에는 채양이 쳐있고, 초례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친영례 사회자가 친영례를 거행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친영례라 함은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신부를 맞이하여 혼인예식을 거행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청색, 홍색의 테이블 보가 초례상 위에 펼쳐져있고, 그 아래 역시 청홍 색의 보자기를 몸에 두르고 있는 한쌍의 닭과 조촐한 주안상이 특별해 보입니다. 수탉과 암탉의 의미는 닭과 아침에 관련된 상징성에 있다고 합니다. 수탉의 울음소리는 결혼의 의미와 같이 하루의 시작, 즉 밝고 신선한 출발을 의미하고 또한 혼례날 찾아오는 불청객인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혼례식장에 수탉을 두는 것은 악귀가 사라..

삶의 단상 2023.02.07

정월대보름 유래와 행사 / 정월대보름 풍습과 음식 / 정월대보름의 추억

정월대보름이 예전 같지가 않다. 어머님이 살아계셨을 때 어머님을 차례상을 차리는 것처럼 보름 음식을 준비하셨다. 아니 명절 때보다 더 많은 음식을 장만하셨던 거 같다. 명절 차례상에 올리는 나물이 삼색나물에 불과했다면 정월 대보름날에는 상에 올리는 나물이 한 손가락으로 미처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사진 출처 / 안동 종가음식 체험관 보름의 추억 생각나는 것만 무나물, 콩나물, 아주까리나물, 묵나물, 가지나물, 호박 우리, 명아주나물 등이다. 거기에 두부 전을 올리고 김도 한 뼘도 넘게 놓고 오곡밥에 쇠고기 뭇국 대신 돼지고기 뭇국이 있었다. 어제 양천구 정월대보름 민속행사에 다녀온 뒤라 옛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보름 전날,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보다 어린 우리가 더 바빴는데, ..

삶의 단상 2023.02.05

모과차와 인사동 귀천 / 모과차 효능/ 모과 전설/ 모과꽃 꽃말

2월 2일 오늘의 탄생화는 모과이다. 모과는 9월 14일 탄생화였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지금 모과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 탐스러운 모과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 한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을 생각하게 하는 모과! 과일이지만 생긴 것도 울퉁불퉁 못생기고 칼로도 자르기 힘들 만큼 단단한 과육은 너무 시고 떫어 먹을 수 없어 쓸모없다고 하여 생긴 속담이 아닌가 싶다. 모과를 보면 인사동에 있는 천상병 시인의 아내였던 목순옥 여사 님이 운영하던 '귀천'이 생각난다. 귀천의 모과 차 맛은 일품이었다. 지금처럼 인사동에 번잡하지 않았을 때, 늦가을이나 겨울 인사동 화랑을 한 바퀴 돌다가 다리도 쉴 겸 귀천에 들리곤 했었다. 어수선한 귀천에는 언제나 계절에 어울리는 한 아름 꽃이 큰 화병에..

삶의 단상 2023.02.02

제일모직 장미 505호 털실 / 그 겨울 외삼촌의 선물 스웨터

장미 505호 털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장미 505호는 제일모직이 만든 털실 이름이다. 내 어린 시절 막내 외삼촌이 빠지면 내 이야기는 완성되기 힘들 만큼 외삼촌의 배역은 독보적이었고, 때로는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장롱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내의가 있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내의다. 문득 가난했던 어린 시절 생각에 잠시 일손을 멈추고 눈을 감는다. 거기 울 엄마가 그리고 외삼촌이 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집 형편은 더더욱 힘들어졌다. 내의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그해도 무척 추운 겨울이었다. 아니 어렸을 때 겨울은 대부분 추웠던 것 같다. 어느 수필가의 이야기처럼 어린 시절이 유달리 춥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처럼 변변한 옷이 없었기 때문이..

삶의 단상 2023.01.20

첫눈의 추억 / 아다모 눈이 내리네

눈이 내린다. 음악 방송 DJ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목동에 눈이 내리고 있다는 말에 서둘러 베란다로 나가보니 주차장 위로 펑펑 눈이 쏟아지고 있다. 눈 눈 그것도 함박눈이 내린다. 음악방송국과 같은 지역에 사는 나는 라디오를 들으며 내가 사는 지역의 날씨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첫눈 어렸을 때부터 첫눈이 오는 날은 마냥 좋았다. 첫눈은 대개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 학교에 있을 때 내렸는데, 쥐 죽은 듯 조용하던 교실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와~ 하는 함성이 쏟아지고 그때 창밖을 보면 눈이 내리고 있었다. 펑펑 쏟아지는 흰 눈을 우리는 저마다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랐고, 평소 웃음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선생님도 수업을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눈 내리는 모습을 지켜..

삶의 단상 2023.01.19

그 때를 아시나요? 추억의 제일모직 장미 505 털실 / 외삼촌과 어머니의 털 스웨터

장미 505호 털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장미 505호는 제일모직이 만든 털실 이름이다. 내 어린 시절 막내 외삼촌이 빠지면 내 이야기는 완성되기 힘들 만큼 외삼촌의 배역은 독보적이었고, 때로는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장롱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내의가 있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내의다. 문득 가난했던 어린 시절 생각에 잠시 일손을 멈추고 눈을 감는다. 거기 울 엄마가 그리고 외삼촌이 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집 형편은 더더욱 힘들어졌다. 내의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그해도 무척 추운 겨울이었다. 아니 어렸을 때 겨울은 대부분 추웠던 것 같다. 어느 수필가의 이야기처럼 어린 시절이 유달리 춥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처럼 변변한 옷이 없었기 때문이..

삶의 단상 2023.01.05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지척에 언니가 살고 있다. 새 아파트로 이사한 후 아는 이웃이 없어 심심하다고 했지만 언니의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 탓에 이웃과 아주 친하게 잘 지낸다. 두 명의 조카와 초등학교 6학년인 수아와, 근처에 사는 남동생까지 모이면 대가족이 된다. 외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언니네 집에 모여 한 달에 한두 번은 식사를 하게 된다. 지난주는 만두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만두의 양은 엄청난데, 각각의 집에 나누고, 물론 복도식 아파트 옆에 사는 세 집까지 꼼꼼히 챙긴다. 언니가 사는 아파트에는 유독 독거노인이 많다. 70의 언니도 고령이고 독거지만...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이 어항에 관한 것이다. 언니가 이사할 당시에 옆집엔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젊은 60대 초반의 부부가 살았었다. 아파트 복도에 다육이 화..

삶의 단상 2023.01.04

가을 소풍과 삶은 밤 한 줄 / 밤의 효능

가을 소풍과 삶은 밤 한 줄 / 밤 효능 공주에서 온 햇밤을 삶는다. 알도 굵고 빛나는 삼각뿔 형태의 전형적인 밤이다. 예전 우리 어머니는 어떤 식으로 밤을 삶았는지 내 기억에는 없다. 밤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대여섯 살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리 가족은 오지라고 일컫는 무주군 안성면에 살았다. 방문만 열어도 덕유산이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그 아득한 곳에…. 이른 새벽 소 꼴을 베러 가기 위해 아버지 일어나는 기척을 듣고 오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알밤을 줍기 위해서였다. 덩달아 잠이 깬 나도 눈을 비비며 오빠의 뒤를 따른다. 어젯밤 바람이 솔찮이 불어 알밤이 많이 떨어졌을 거란 기대에 부풀어 오빠는 이른 새벽이라는 것도 망각한 채 휘파람까지 불며 언덕을 오른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밤이 ..

삶의 단상 2023.01.04

앵두꽃과 꽃말 그리고 부암동의 추억

앵두나무는 저에게 매우 친근한 나무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많이 보던 나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앵두나무는 꽃도 꽃이지만, 빨간 열매가 더더욱 예쁘고 아름답지요. 대부분 앵두나무가 별로 크지 않은데 울 아파트에 있는 앵두나무는 무척 큽니다. 저보다 훨씬 더 큰 키를 뽐내며, 키 크고 싱겁지 않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렇게 가지마다 수많은 꽃을 피웠네요. 모여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해 줍니다. 하나가 있는 것보다 모여있으면 무언지 모르게 짜임새 있어 보이고, 튼실해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안 사실인데요, 봄꽃의 대부분은 꽃잎이 다섯 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뜻 보면 그 꽃이 그 꽃 같다는 느낌도 들지요. 앵두나무 앵도 나무라고도 부르는데요. 장미과(薔薇科 Rosaceae)에 속하는 낙..

삶의 단상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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