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505호 털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장미 505호는 제일모직이 만든 털실 이름이다. 내 어린 시절 막내 외삼촌이 빠지면 내 이야기는 완성되기 힘들 만큼 외삼촌의 배역은 독보적이었고, 때로는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장롱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내의가 있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내의다. 문득 가난했던 어린 시절 생각에 잠시 일손을 멈추고 눈을 감는다. 거기 울 엄마가 그리고 외삼촌이 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집 형편은 더더욱 힘들어졌다. 내의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그해도 무척 추운 겨울이었다. 아니 어렸을 때 겨울은 대부분 추웠던 것 같다. 어느 수필가의 이야기처럼 어린 시절이 유달리 춥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처럼 변변한 옷이 없었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