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시래기를 삶았다며 이웃이 삶은 시래기를 가지고 오셨다. 우리 가족은 시래깃국을 좋아한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시래기를 구입하여 삶아서 한 끼 먹을 분량으로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곤 한다. 그런데 잘 삶은 시래기를 보니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난다. 국민학교 2~3학년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외할아버지 기일을 맞아 시골에 내려가셨다. 고향까지 가는 길이 반나절도 넘게 걸리는 고행길이었지만 어머니는 여자였음에도 외할아버지 기일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빠지지 않으셨다. 어머니가 시골에 가셨으니 밥은 아버지 담당이셨다. 아버지를 유난히 따랐던 나는 아버지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그날도 아침 준비를 하시려고 일찍 일어난 아버지를 따라 부엌으로 나섰다. "추운데, 어서 들어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