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리꾼 장사익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장사익 씨를 처음 만난 건 1994년 늦가을이다. 당시 근무하던 미술관에서 한국화가 홍모 씨의 전시 준비를 마친 전날 작가와 기자, 숙당 배정례의 따님인 박선영이 이런 뜻깊은 날 음악이 없으면 서운하지 않겠느냐며 장사익을 초청한 것이다. 그날 장사익은 태평소로 전국 대회에서 장원한 직후였다. 고종이 태어난 운현궁에서 눈물처럼 은행잎이 뚝뚝 떨어지는 가을밤 대금 연주를 듣는 일은 호사 중의 호사였다. 그렇게 장사익을 알게 되었다. 성격이 소탈하고 꾸밈이 없으며, 걸음걸이도 조용조용했던 왜소한 그는 개량 한복차림이었다. 국악에 문외한이었지만 나는 그의 대금 소리가 좋았고, 그를 대금연주자로 알았다. 그 후 특별한 전시 때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그를 볼 수 있었..